美 마약단속국에 연행된 아시아계 대학생 ‘5일간의 지옥’… “독방에 방치, 물도 없어 오줌으로 연명”

입력 2012-05-03 19:37

지난달 20일 밤은 대니얼 정(23)에게 ‘5일간의 지옥’이 시작된 시간이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주 UC샌디에이고대학 공대생인 그는 그날 밤 친구 집에서 친구 8명과 함께 이른바 ‘마리화나 데이’ 파티를 한 후 다음날 오전 10까지 잠을 자던 중 마약단속국(DEA)의 급습을 받았다.

이들은 DEA 샌디에이고 지부에서 지문 채취 및 사진 촬영, 신문을 받았다. 이후 7명은 지역 교정시설로 옮겨졌고, 1명은 석방됐다. 처음 몇 시간 동안 이 방 저 방 옮겨 다닌 대니얼 정은 단속반원으로부터 혐의가 없으니 곧 풀려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한 단속반원은 자신의 차로 집에 데려다 준다고까지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수갑을 채우고 창문도 없는 가로 1.5m 세로 3m의 독방에 가뒀다. 그게 끝이었다. 그 이후 5일간 영문도 모르고 갇힌 채 방치됐다. 물도 음식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 방에는 화장실도 없었다. 수 없이 문을 발로 차면서 소리를 질렀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자신의 오줌을 먹기도 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 그는 자살을 시도했다. 안경을 깨 그 조각으로 ‘죄송해요 엄마’라는 글을 새기며 팔목을 그었다.

5일 만에 발견된 대니얼 정은 심각한 상태였다. 경련과 탈수증세를 보였고, 신장이 손상됐고 안경알을 삼킨 폐는 구멍이 났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정신 이상에 시달렸다. 5일간의 입원 기간 중 처음 3일간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DEA 측은 단속 당시 대니얼 정이 상당히 (약에) 취한 상태였으며 매타암페타민 양성반응이 나온 흰가루를 흡입한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변호사는 마리화나를 한 것은 맞지만 현장에서 압수된 불법 약물은 대니얼 정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결국 그는 죄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고, 기소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지부장 서리 윌리엄 셔먼은 2일(현지시간) “우연찮게도 그는 그 방에 혼자 남겨졌다”면서 “깊은 유감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그날 사건과 그 이후 절차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바버라 복서(민주)는 검찰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즉각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해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대니얼 정의 변호사는 이날 DEA를 상대로 20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번 사건이 미 서부지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