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존 ‘해법’ 찾나… “제방 쌓고 물길 돌려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
입력 2012-05-03 19:21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길을 돌리거나 제방을 쌓아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합니다.”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암각화(왼쪽 사진)에 대한 새로운 보존방안이 제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27∼28일 미국에서 열린 ‘반구대암각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고 3일 밝혔다.
울산대에 따르면 미국 캠브리지시 한 호텔에서 열린 이 심포지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평가위원인 한준희 박사는 서면발표를 통해 “울산 시민들의 식수 확보를 위해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불가하다면 물길을 돌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생태제방을 쌓을 경우 디자인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박사는 세계 주요 문화유산 보존관리 현황을 파악하거나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상 유적 및 경관을 현장 확인하는 실무자다.
한 박사의 주장은 그동안 문화재청과 관련 학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문화재청 등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주변 지형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암각화 보전해법을 놓고 문화재청과 관련학계는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수위조절안을, 울산시는 물길을 바꾸는 유로변경안을 놓고 10여년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한국고대사연구실장인 마크 바잉턴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암각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6명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했다. 하버드대출판부는 이날 발표된 연구논문들을 전문학술서로 발간해 한국의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연구를 국제적인 연구주제로 부각시키기로 했다.
한편, 반구대암각화는 강도가 약한 퇴적암면에 평균 1.5㎜ 깊이로 얕게 새겨진 채 수천년 동안 풍화를 겪고 있다. 특히 1965년 울산지역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된 사연댐으로 인해 연평균 168일 정도 수몰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암각 표면이 비늘처럼 일어나는 박리가 심각한 수준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