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빛내는 LG 앙팡 테리블들… 류현진 격침에 투타 만점 활약

입력 2012-05-03 19:16

프랑스 작가 장 콕토의 소설 제목에서 비롯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은 기성세대에 정면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국내 스포츠에서는 1990년대 후반 축구선수 고종수에게 붙여진 별명으로 처음 소개됐다.

프로야구 LG는 올 시즌 앙팡 테리블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팀이다. LG가 별다른 전력증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이들 신예들의 활약이 있기 때문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2일 한화와의 경기에 왼손 신인투수 최성훈을 내보내 국보급 에이스 류현진과 맞대결을 시켰다. 꼭 이기라는 것도 아니고 “한 수 배우라”며 등 떠밀어 내보낸 것이다.

최성훈이 신인답지 않은 피칭으로 프로 첫 선발 무대에서 6이닝 6안타 2실점으로 버틴 사이 타선이 류현진을 두들겨 1회에만 5득점, 대뜸 데뷔 첫 승을 올린 것이다. 최성훈은 “아무도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아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면서 “류현진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상대하는 것은 한화 타선이어서 내가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고, 경희대를 거쳐 올해 프로에 입문한 그는 지난달 28일 롯데전에 중간계투로 투입돼 1⅓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승리에는 또 한명의 앙팡 테리블이 힘을 보탰다. 류현진이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한 뒤 맞은 2사 3루에서 LG 김재율이 데뷔 첫 홈런포로 류현진을 강타한 것. 본명은 김남석으로,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LG에 입단한 그는 작명소에서 새로 지은 이름으로 올 시즌을 맞았다. 지난해 9월15일 잠실 SK전서 원바운드 송구를 잡다가 주자 김강민과 충돌해 왼쪽 무릎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은 김재율은 4개월동안 재활에 시간을 쏟은 뒤 개명했다.

LG는 또 다른 왼손투수 이승우를 중간계투 요원으로 꾸준히 등판시키고 있어 신인들의 활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