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 ‘박영준 게이트’로 번지나… 檢, 파이시티 외 다른 기업 자금도 수사

입력 2012-05-03 19:12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외에 다른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의 흐름을 검찰이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에게 보낸 돈이 거쳐 간 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의 계좌를 ‘저수지’로 보고 여기에 흘러들어간 의심되는 자금을 쫓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돈을 준 기업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박영준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3일 박 전 차관의 추가 금품수수 수사 여부에 대해 “파이시티와 관련된 부분은 거의 다 된 거 아닌가 싶다”면서 “다른 게 있으면 또 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 조사 계획은 여전히 없다”면서도 다른 기업 수사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이 회장의 계좌에 파이시티 돈 외에 다른 기업 3∼4곳에서 들어온 자금을 별건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선 이 회장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파이시티에서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이 회장 계좌에 꽂힌 돈은 출처와 성격이 이미 확인된 것이어서 이 회장 조사 없이도 가능하지만 새로운 돈은 역추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에 대해 도피라는 표현은 자제하면서도 “이 건과 관련해 자신의 동생도 소환하는 상황을 알 텐데 연락도 안 되고, 최근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없이도 박 전 차관 혐의 입증을 자신하던 이전 분위기와 다르다. 이 회장을 꼭 조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미 이 회장 계좌를 관리해준 것으로 알려진 경북 포항지역 은행원도 조사했다. 이 회장의 계좌내역을 뜯어보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박 전 차관에게 자금을 댔다는 소문도 돌았고, 현 정부 출범 후 박 전 차관이 여러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정치권에서 수차례 제기됐다.

더욱이 이 회장은 포항고 총동창회장을 지낸데다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의 추천으로 중앙위원에 선임된 적도 있는 등 박 전 차관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제이엔테크는 포스코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따라서 이 회장 계좌를 통해 정권실세들과의 연결고리가 추가로 드러나거나 사용처 확인과정에서 대선자금으로 쓰인 흔적이 드러나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노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