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사건] 美·中 양국 전략경제대화… 날선 ‘인권 공방’

입력 2012-05-03 18:45

‘천광청 사건’이 예상대로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중 양국은 3일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천광청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인권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관영 중국중앙(CC)TV로 중계된 개막식 축사에서 “중국과 미국은 서로 사정이 달라 모든 의견이 일치할 수 없다”며 “쌍방은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공통 이익의 케이크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대립은 세계에 커다란 손해를 끼친다”며 “국제적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중국 국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쌍방은 협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은 모든 정부가 ‘우리 시민들’의 존엄에 대한 열망과 법에 의한 통치에 답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어떤 나라도 이런 권리를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첫 날 회담에서 “천광청이 중국 내에서 안전하게 지내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중국 측이 제대로 이행할 것을 보장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전부터 이러한 미국의 인권 공세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중국 외교부가 3일 연 이틀째 ‘천광청 사건’을 놓고 미국에 대해 내정 간섭 중단을 요구한 데서도 이러한 태도는 잘 드러난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 안보 현안과 위안화 절상을 포함한 경제 문제들이 주요 의제로 포함돼 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해왔다는 점에서 천광청 사건을 제외한 안보나 경제부문에서는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모두 연설에서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는 외부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반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 성명에 찬성하는 등 최근 북한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또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하루 1%로 확대하는 등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를 수용하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