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코미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주연 임수정 “새로운 캐릭터 재미 느꼈어요”
입력 2012-05-03 18:33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 때론 섹시하기까지. 로맨스 코미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감독)에서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갖춘 아내 정인을 연기한 임수정(33)의 극중 캐릭터다. 여기까지는 귀엽고 싱그러운 임수정의 기존 이미지 그대로다. 하지만 입만 열면 성격이 180도 달라진다. 걸핏하면 불평과 독설을 쏟아내는 통에 남편 두현(이선균)으로선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장화, 홍련’(2003)을 시작으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전우치’(2009) ‘김종욱 찾기’(201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임수정이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사랑스런 매력을 한껏 발산하다가도 한순간에 돌변하는 ‘독설 미녀’의 이중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도발적이면서도 성숙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임수정이 맡은 정인은 솔직하게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모토다. 그래서 남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화끈한 면모를 드러낸다. 물불 안 가리는 성격 탓에 남편에게는 창피하고 피곤한 아내다. 남편은 아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하며 소심한 반항을 해보지만 그녀는 눈도 까딱 않는다. 임수정은 좌충우돌 예측 불가능한 배역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2일 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임수정은 “영화 속 정인이가 내 성격과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반된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는 정인의 대사가 너무 많아 힘들었지만 새로운 캐릭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자상한 남자가 좋다”고 답했다.
로맨스 영화의 대부분은 남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로맨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애의 과정을 과감히 건너뛴다. 일본에서 첫눈에 반한 남녀의 만남으로 시작하지만 결혼 후 금세 티격태격하며 지겨워하는 설정으로 로맨스의 일반적인 공식을 뒤엎는다.
아내가 두려워 쉽사리 이혼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고 이웃의 카사노바(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는 남편. 결별을 시도하는 남편의 계획을 받아들인 카사노바의 유혹. 사실 3류 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통속적인 스토리다. 하지만 시작보다 과정이 더 어렵고, 갈등 후에 더욱 단단해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차별화된 로맨스로 웃음과 공감대를 선사한다.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로 실력을 인정받은 민규동 감독의 재기발랄한 연출 솜씨가 잘 어우러졌다. 실종된 연인을 찾아 나선 ‘화차’와 달리 아내에게 주눅 든 남편 역할을 실감 나게 해낸 이선균과 카사노바 연기를 코믹하게 보여주는 류승룡도 자칫 지루한 이야기로 빠지기 쉬운 영화를 맛깔스럽게 했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