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민병원] 무궁화도 광복을 맞았나?
입력 2012-05-03 18:39
며칠 전 현충원내 무궁화 토피어리 조형물 앞에서 ‘나라사랑 무궁화사랑 체험교육’을 실시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권해연 무궁화연구원이 무궁화의 의미, 역사, 심는 방법과 류달영 무궁화 박사에 대해 초등생 30여명에게 설명했고 무궁화 토피어리에서 홍살문까지 80여주의 무궁화도 함께 심었다. 류달영 애국지사 묘소에 참배하고 제2연평해전의 여섯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357무궁화 언덕’도 관람했다.
류달영 애국지사는 150여종에 이르는 무궁화 품종 개량에 힘썼으며 ‘무궁화 연구회’를 창립했고 ‘나라꽃 무궁화’ ‘무궁화도감’ ‘무궁화전집’ ‘무궁화대전’ 등을 집필한 무궁화 박사였다. 한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의 식물원을 방문했는데 직원이 본관 앞 일대의 무궁화를 식물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는 말을 듣자 ‘이 꽃이 바로 한국의 국화’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인 최용신과 함께 농촌계몽활동을 벌였으며, ‘농촌계몽의 선구 최용신의 소전’을 썼다. 이 책을 발행한 성서조선사는 일제에 의해 불온잡지로 지목됐고, 류달영 애국지사는 1942년 김교신 함석헌 장기려 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당했다. 또한 식량자급, 무궁화 심기, 농민계몽운동, 보이스카우트 창단, 노인층을 위한 성천아카데미 운영 등 국민교육에 일생을 바친 진정한 애국자였다.
두 번째 관람한 ‘357무궁화언덕’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회’가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이 국민의 가슴속에 무궁화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섯 전사자의 이름을 딴 무궁화를 심고 357참수리호의 앞 글자를 따서 전사자 묘역 뒤편에 조성한 것이다. 올해는 제2연평해전 발발 10년이 되는 해로, 학생들은 무궁화언덕에서 여섯 전사자들의 혼이 수천 송이의 무궁화로 피어나길 기원했다.
그러나 무궁화는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광복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시대 민족말살정책의 여파로 무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정설인 양 버젓이 남아 있다. 일제는 민족혼을 없애고자 무궁화를 ‘눈의 피꽃’이라고 가르쳤다. 무궁화를 쳐다보면 빨갛게 눈병이 나고 진드기나 벌레들이 들끓는 지저분한 꽃이라고 왜곡했다. 그것도 모자라 햇볕도 안 들고 통풍도 잘 안 되는 집 뒤편에 줄기를 잘라서 심도록 강요했다. 일개 식물인 꽃까지 못살게 한 일제의 만행에 치가 떨린다. 나라를 잃으면 이렇게 꽃도 아프다.
지금은 잘 사용하고 있지 않은 1원짜리 동전에 한 송이 무궁화가 피어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까? 무궁화는 반만년 겨레와 함께 온갖 고난과 역경을 함께해 왔기에 우리 영혼에 각인된 나라꽃이다. 그러기에 삼천리 화려강산에 활짝 피도록 우리 모두가 심어야 한다. 또한 올바른 무궁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무궁화가 웃는 진정한 광복이 온다.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