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우병 선동 이제 안 통한다

입력 2012-05-03 18:37

2008년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참석자는 1만여명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과 유모차를 끌고나온 아줌마들, 대학생들도 가세했다.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돼 4년 만인 그제 청계광장에서 똑같은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열기는 크게 떨어졌다. 참석자는 1600여명에 그쳤다. 자유발언에 나선 20여명 가운데 일반인은 3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야당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었다고 한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급감한 데서 알 수 있듯, 적지 않은 국민들이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병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촛불집회 참여도가 저조해진 이유는 대다수 국민들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언비어와 괴담에 현혹돼 극도의 사회혼란을 초래했던 과거와 비교할 때 바람직한 변화다. 당시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유포된 많은 괴담들이 거짓으로 판명되지 않았는가.

일부 좌파단체와 야당 의원들은 이번 집회에서도 광우병을 반정부·반미 공세 구실로 삼으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미국으로부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긴 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현정부와 새누리당을 공격하는 주장을 펴거나 서명운동도 벌였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건도 나왔다. 좌파단체와 야당은 광우병 촛불시위를 통해 정치적으로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지났음을 알아야 한다.

집회에는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박스떼기, 대리투표, 이중투표 등 총체적으로 부정을 저지른 통합진보당 인사들도 다수 참석해 구호를 외쳤다. 이러니 “진보당의 부정선거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데도, 10년 넘은 젖소에서 발병한 광우병을 문제 삼으며 정의를 외치고 있나”라는 비난의 글이 트위터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