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전자전 공격 개시의 신호탄 쐈나

입력 2012-05-03 18:38

북한이 수도권 및 중부지역의 항공기들을 대상으로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 전파교란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혁명 무력의 특별행동을 곧 개시할 것’이라는 협박에 이은 첫 번째 가시적 공격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닷새 동안 계속된 GPS 교란 공격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그 의도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GPS 교란은 기본적으로 군용기건 민항기건 가리지 않는 만큼 대형 여객기의 충돌 및 추락 등 대규모 민간 참사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2010년 8월과 지난해 3월에도 교란 전파를 발사했다. 2010년의 경우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북한이 50∼100㎞ 내에서 GPS 수신방해 능력을 갖췄다“고 보고했으나 지난해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북한이 100㎞ 이상 공격 장비를 자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전자전 능력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북한의 GPS 공격을 놓고 최근 우리 군이 공개한 현무 3 크루즈 미사일 등 첨단 정밀무기의 무력화를 목적으로 최신 교란 시스템을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휘 통제 및 전자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전자전 능력을 일찍부터 배양해 지금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이라는 북한의 호언장담은 바로 이 전자전 무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번 GPS 교란 시도가 본격적인 전자전 공격의 신호탄일 수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그 같은 북한의 전자전 공격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GPS 공격만 해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상기반항법시스템(GBNS)을 구축 중이고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방어용 안테나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정미경 의원이 지적했듯 그보다 더 위력적인 전자기펄스(EMP)탄 공격에는 아예 속수무책이다. 북한의 전자전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시급히 확충하는 것은 물론 GPS 교란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파 발신지를 타격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