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인극 불러온 ‘迷信 카페’의 해악
입력 2012-05-03 18:39
지난달 30일 발생한 서울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다. 초저녁 시간에 도심의 근린공원에서 발생한데다, 숲에 시신을 유기하고 달아난 행태, 그리고 10대 청소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범행수법이 그러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범행이 엉뚱하게도 악령 카페를 둘러싼 갈등에서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숨진 대학생 김모씨의 여자친구, 범죄에 가담한 두 명의 고등학생과 다른 대학생 등 4명을 붙잡아 조사한 결과 ‘사령(死靈) 카페’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들은 서로의 신체를 해칠 정도로 깊은 원한관계로 발전하지 않았는데도 미신을 조장하는 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정체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해자들은 카카오톡에 대화방을 만들어 심령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카페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 자신을 지키게 하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동료들의 터무니없는 미신행위를 견딜 수 없어 한때 가까웠던 여자친구를 악마의 소굴에서 건져내려는 과정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젊은이들 사이에는 사령의 존재를 믿고 행동하는 이른바 ‘오컬트(Occult)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한다. 오컬트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이나 그에 대한 지식을 의미하지만 요즘에는 심령현상, 외계인의 존재, 주술, 점성술, 타로카드 등에 대한 믿음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유령을 소환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며 회원 간 유대를 다지고, 심지어 유령소환 축제를 여는 곳도 있다.
오컬트 문화의 발흥은 젊은이들의 정신이 중병을 앓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실의 어려움을 청춘의 기상으로 돌파하는 대신 사령과 같은 황당무계한 세계로 도피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일탈에는 심심풀이라며 툭하면 점집을 찾는 기성세대도 책임에서 비껴날 수 없다. 경찰은 무자비한 살인극을 불러온 사령 카페의 전모를 밝혀 젊은이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