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때문에 학교를 폐쇄한다고?”… 법정싸움 번지나

입력 2012-05-03 17:03


[쿠키 사회] 경기도 파주의 한 대안학교가 인근 모텔의 민원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교육 당국은 “학교가 미인가 상태에서 행정절차를 무시한 만큼 당연한 절차”라고 해명했으나 학교 측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폐교불가 입장을 밝혔다.

파주자유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 1일 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학교 옆 모텔이 영업 방해를 이유로 크고 작은 민원을 제기하더니 모텔 사장이 회장을 맡은 지역단체가 폐교 진정을 교육청에 제출했다”며 “학교는 모텔과 지역단체의 고발에 앞서 정식 교육기관 인가를 받고 있었지만 교육청은 모텔 측의 주장을 근거로 학교 폐쇄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의 교육환경을 위해 주변 모텔의 영업을 제한하는 경우는 봤지만 모텔의 영업을 위해 학교를 폐교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교육 당국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소식은 3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전파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먼저 들어선 모텔 측의 생존권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으나 다수의 네티즌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며 교육 당국을 힐난했다.

파주자유학교는 현재 교육 당국의 인가 절차를 진행 중인 초중고교 통합 12년 과정의 대안학교다. 학부모 등의 기금으로 2002년 설립됐으며 7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2007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일대 부지를 매입한 뒤 2011년 10월 통합학교 건물을 완공했다.

그러나 학교는 50m 떨어진 부지에서 4개월 먼저 완공된 모텔이 문을 열면서 분쟁에 휘말렸다. 모텔 측은 “불법(미인가)으로 운영되는 학교로부터 영업 방해를 받고 있다”면서 파주교육지원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 종소리나 운동장의 아이들 소음으로 인해 손님들이 수면 방해를 받는 등 영업 손실을 입었다는 게 모텔 측의 주장이다. 학교는 지난달 26일 교육당국으로부터 시설 폐쇄 행정처분 전 청문 알림 공문을 받았다.

교육당국은 학교 측의 행정절차 무시가 사태의 본질이라며 모텔의 민원에 따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파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미인가 상태에서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한 게 문제였다. 지난해 11~12월 두 차례 학교 명칭 사용 금지 공문을 발송했으나 학교 측은 명칭을 바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인가 상태에서 학교 명칭을 사용할 경우 초중등교육법 65조2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교육 당국도 이 학교를 양성화해보자는 입장이었다”면서 “학교 측에 정식 인가를 받으라고 권유했지만 올해 3월까지로 약속된 인가 신청을 현재까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지청 관계자는 “파주시의 허가를 받고 먼저 들어선 모텔 등 주변 환경으로 인해 이 학교는 정식 학교로 인가받기 어렵다”면서 “학교를 숙박업소 때문에 폐쇄하는 게 아닌, 조건이 안 되는 시설을 학교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안당 파주자유학교 교장은 “인가 신청을 위해 거액을 들여 외주를 주고 공식 인가의 첫 단계인 교육환경평가책자를 만들어 경기도교육청 북부지청에 책자를 제출했다”면서 “학교 측이 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금 교장은 또 “해당 모텔이 바로 옆 부지에서 학교 건물이 세워질 것이라는 점을 알고 들어섰다. 모텔 측의 항의로 건물 외부로 방송 음향이 나가지 않도록 조치하고 방음시설도 설치했다”면서 “폐교하지 않겠다. 교육당국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할 경우 행정소송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