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의 시선에 숨겨있는 여성을 꺼내다…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입력 2012-05-03 18:13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강명관 (휴머니스트·2만3000원)

중국 양(梁)나라 여자 고행이 남편이 죽은 뒤 개가하지 않자 양나라 왕은 정식으로 폐백을 보내며 첩으로 들이려 했다. 이에 고행은 일부종사의 의리를 말하며 자기 코를 잘라버린다. 조선시대 아녀자들의 교과서인 ‘삼강행실도’ 열녀 편은 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성은 자기 신체를 스스로 훼손하는 방식으로 지켜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에 등장하는 여인의 단아한 미소를 일컬어 ‘한국 고유의 미’라고 말한다. 하지만 “왜 이 그림을 그렸는가?”라고 묻는다면 ‘미인도’에 대한 시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전이나 옛 그림에 숨어있는 장면들을 해석하는 저자(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그림들에 제작 주체인 남성의 욕망과 의도가 투사되고 있음을 밝힌다.

여성이 잘난 남자의 부속품 정도로 그려지는 ‘회혼례도’와 ‘평생도’, 흥을 돋우기 위해 존재한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선조조기영회도’, 임진왜란 때 70세 이상 노인들을 초청한 잔치에 여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환아정양로회도’ 등 150여점의 그림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조선 사대부 남성의 시선과 욕망 아래 ‘풍경’처럼 숨어있는 여성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