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보안? 오바마 카불 도착 수시간前 비밀 샜다
입력 2012-05-02 21:46
철통보안 속에서도 일급비밀은 새어나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 동행 취재진은 첩보 영화를 찍는 듯 삼엄한 경비 속에 비밀을 엄수했지만, 아프간에서는 오바마 도착 수 시간 전 그의 방문 사실이 트위터에 올랐다.
아프간 유력 방송사인 톨로(TOLO)뉴스는 이날 “오바마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카불에 도착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는 오바마 도착 수 시간 전이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인터넷에는 억측이 난무하는 트윗이 퍼져나갔다. 카불 소재 미국 대사관이 “오바마가 카불에 도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트윗을 올렸지만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인 국제보안지원군(ISAF) 역시 “우리는 오바마의 방문을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려 논쟁에 참여했다. 오바마가 방문했다는 공식 보도가 나온 후에야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 공동취재단으로 참여했던 미 ABC방송의 리처드 쿨리지는 스파이 소설에나 나올 법한 비밀스러운 취재기를 남겨 ‘트윗 사건’과 대조를 이뤘다.
그는 불빛 하나 없던 지난달 30일 밤, 메릴랜드주 앤드루 기지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카메라 노트북컴퓨터를 모두 반납한 후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 비행기 창문이 모두 내려졌고, 그는 다시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24시간 이상 햇빛을 보지 못했다. 해진 후 아프간에 도착해 해뜨기 전 그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도 카불로 이동할 때도 주변에 불빛이 없었다. 그는 헬기 조종사와 사수들은 야간투시경을 착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떠난 직후 카불의 외국인 숙소 단지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사망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이는 오바마의 아프간 방문에 대한 반격”이라고 주장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