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빈 라덴 사망 1주기에 맞춰 아프간 깜짝 방문한 까닭은

입력 2012-05-02 19:05

‘테러 분쇄’ 상기시켜 재선行 길트기

그때,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뉴욕의 한 소방서에서 소방대원들 및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함께 피자를 먹고 있었다. 이곳 맨해튼 소방서는 2001년 9·11 테러사건 때 대원 11명이 대응 과정에서 희생된 곳이다. 롬니는 이어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기가 올 경우) 강인한 최고사령관이 되겠다”며 위기에 강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비슷한 시간, 그의 대선 라이벌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극비리에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몸을 싣고 있었다. 목적지는 아프가니스탄. 1년 전 이날, 미국 특공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으로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빈 라덴 사망 1주기인 1일, 두 대선 후보의 대비된 행보는 대선 캠페인에서 현직이 갖는 프리미엄을 보여준다. 더욱이 ‘오바마가 해외 전략에선 취약하다’는 롬니 진영의 공격이 멋쩍게 됐다는 점에서 도전자 롬니에겐 큰 타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오바마는 이날 밤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선언했다. 이어 수도 카불에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양국 간 전략적 동맹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2014년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이 철수한 이후 미 정부가 아프간의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단 6시간의 깜짝 체류였으나 정치적·상징적 성과는 엄청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2001년부터 끌어온 지긋지긋한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물론 국민적 공적 알카에다 분쇄에 성공한 대통령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수세에 몰린 롬니 진영은 아프간 방문이 정치적 꼼수라며 맹비난했다. 북한 문제나 이란 핵 문제 등 무수한 외교 정책 실패로부터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빈 라덴 사살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롬니의 측근 에릭 페른스톰은 인터뷰에서 “1년 전 빈 라덴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더니, 아예 백악관 앞에서 그걸로 퍼레이드를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