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파이시티서 언제, 얼마 받았나” 물증 제시하며 박영준 前 차관 추궁

입력 2012-05-02 21:40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조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때와 달리 순탄치 않았다. 박 전 차관이 금품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데다 받은 돈의 액수, 대가성 등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대검 관계자는 2일 “본 게임이 진행 중이다”고 말해 양측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조사의 핵심은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언제 건네졌는지, 대가성은 인정되는지, 인허가 청탁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계좌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물증 등을 제시하며 박 전 차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전 차관과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브로커 이동율씨와의 대질 조사도 벌였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차관에게 주라고 2005∼2006년에 3∼4차례 2000만∼3000만원씩 줬고, 2006∼2007년 매달 1000만원씩을 이동율씨에게 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도 돈 전달 혐의를 부인하던 기존 태도를 바꿔 돈을 전달한 사실을 시인해 박 전 차관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파이시티 측에서 발행한 2000만원의 수표가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 계좌로 입금된 경위도 추궁했다. 파이시티로부터 돈 받은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느냐고 따졌다.

대가성과 관련해서는 박 전 차관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청탁전화를 한 사실을 들이대며 전화한 경위를 조사했다. 최창식 전 행정2부시장에게 이 전 대표를 소개했는지도 확인했다.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로부터 받든 돈의 사용처도 타깃이 됐다. 특히 박 전 차관의 아파트 매입비용 출처를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차관의 아파트 매입비용으로 이동율씨에게 10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지, 뇌물죄를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그의 재직당시 역할을 점검했다. 대검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이 단순히 인허가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준 역할에 머물렀다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뇌물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 정권에서 ‘왕차관’으로 군림했던 박 전 차관은 지난해 검찰 출석 때와 달리 긴장된 모습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2일 오전 10시쯤 대검찰청에 나온 박 전 차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사받는 심경을 묻자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또 파이시티에서 돈을 받았는지, 인허가 청탁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인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