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자연이 다시 살아났다… EBS 다큐10+ ‘원전사고 26년 후, 체르노빌의 늑대들’

입력 2012-05-02 18:49


다큐10+ ‘원전사고 26년 후, 체르노빌의 늑대들’(EBS·3일 밤 11시10분)

우크라이나 북부의 옛 도시 체르노빌은 인간이 훼손한 환경을 묵묵히 복원해내는 자연의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작은 강변도시였던 이곳은 지난 20세기에 2번이나 큰 변화를 겪었다. 1920년대 옛 소련의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습지 배수와 벌목이 대규모로 진행됐고 집단농장이 들어섰다. ‘프리퍄티’라는 신도시와 원자력 발전소도 건설됐다.

그리고 1986년 4월 옛 소련 남서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 100개와 맞먹는 방사능이 누출됐다. 프리퍄티는 유령도시가 됐고, 43만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땅이 된 원전 주변 3000㎢는 아직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6년간 인간의 발길이 끊긴 이 땅을 차지한 건 자연이었다. 물론 오염지역 안의 방사능은 여전히 강하다. 방사선은 토양에 스며들고, 나무와 동물의 몸에 축적돼 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상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는 우거진 숲을 만들어냈다. 습지는 복원되는 중이고,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최상위 포식자들도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야생 복원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동물인 늑대도 수시로 목격되고 있다. 그 외에도 곰, 말코손바닥사슴, 수달, 갖가지 물새와 양서류, 맹금류가 살고 있고 야생복원 촉진을 위해 풀어놓은 들소, 야생마도 순조롭게 적응해가는 중이다. 자연의 놀라운 힘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