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진보당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입력 2012-05-02 21:44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가 2일 발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입만 열면 개혁을 외치며 새누리당을 부패의 본산인 것처럼 공격하던 통진당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정희 공동대표 측의 야권 연대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보다 더욱 심각하다.

조사 결과 비례대표 경선 관리 능력이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데다 프로그램 데이터를 수정했다. 쉽게 말해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가 조작됐다. 오프라인 투표도 마찬가지다. 투표 시간이 마감된 뒤에도 투표 시스템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현장 투표가 집계됐다. 투표함을 들고 다니며 특정 후보를 마구 찍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진보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사무총장실 집기를 부수고, 의원의 명패를 내팽개치는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의지할 데 없는 농민과 노동자, 영세업자, 비정규직, 다문화가족 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용서될 수 있었다. 비록 현행법은 어겼지만 사회에서 억압받는 소수자 보호에 앞장선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국민들의 눈에 다소 튀는 주장과 행동을 보였더라도 오랜 사회운동에서 나오는 우월한 도덕성, 노동자와 농민 등 소수자 보호 정책에서의 압도적인 우위, 재벌에 대한 단호한 입장, 더불어 살자는 공동체 정신 등이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도 정당지지율 10%라는 만만치 않은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기초인 당내 선거에서조차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부정을 저질렀다니 지지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라도 국회의원을 하고 싶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성당원으로 구성된 진보당이 이 정도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부정 경선에 간여한 사람은 모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국민들의 심판을 조용히 기다려야 마땅하다. 적지 않은 국고 지원을 받는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