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물로 아름다운 여수, 미소가 웅장하다… 미리 체험해본 여수세계박람회
입력 2012-05-02 21:41
여수세계박람회가 12일 개막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CNN과 론리플래닛이 2012년에 ‘가장 가볼만한 곳’이자 버킷리스트 톱10으로 꼽은 여수세계박람회는 전남 여수시 여수신항 일대에서 개막해 8월 12일까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한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미국을 비롯해 105개 국가와 10개 국제기구,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기업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하는 여수세계박람회는 국내외 관람객이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이벤트다. 문화공연도 8000회나 열린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도 다 못 볼 정도로 콘텐츠가 풍부한 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미리 관람여행을 가본다.
여수 오동도에서 떠오른 태양이 종고산을 넘고 돌산대교를 건너 서해로 사라지자 여수 앞바다에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순간 어둠을 뒤흔드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빅오(Big-O) 해상무대에서 형형색색의 화려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직위원회가 2년 동안 극비리에 준비한 빅오쇼 공연이 개막을 앞두고 사전점검 차원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한 점 빛으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지름 35m 규모의 O형 구조물 디오(The-O)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화려한 불꽃이 쏟아진다. 혹은 횃불 같고 혹은 장미처럼 아름다운 불꽃이 태어나자마자 검은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100m 이상 떨어진 곳인데도 불꽃이 피어날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전해진다.
이어 쌍가락지를 닮은 디오에 물안개로 만든 거대한 워터스크린이 걸리자 이곳저곳에서 초록색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레이저 광선이 쏟아진다. 레이저 광선은 345개의 분수가 만들어내는 워터스크린에서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기도 하고 해초로 변하기도 한다.
춤추는 분수와 형형색색의 조명, 그리고 레이저 광선이 디오의 워터스크린에서 창조하는 영상은 상상력을 뛰어 넘는다. 불꽃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 송이 해바라기 꽃을 연출하더니 이내 회전하는 굴렁쇠 모양을 연출한다. 불덩어리로 변한 디오가 다이아몬드가 촘촘하게 박힌 결혼반지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수초. 최고 200m 높이로 솟는 분수와 어우러져 온갖 상상할 수 없는 형상을 연출하던 디오에 드디어 한 소녀의 얼굴이 나타난다.
놀란 모습과 미소 짓는 모습이 앙증맞은 소녀는 조직위가 개막식 날 공개하기 위해 꼭꼭 숨겨두었던 ‘바다의 소녀’. 해양박람회의 취지에 맞게 물과 빛이 만나 탄생시킨 소녀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공연’이라고 자신하던 조직위의 자찬이 빈말이 아님을 말해준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여수세계박람회는 빅오를 비롯해 디지털갤러리 등 영상을 이용한 전시물이 돋보인다. 국제관 가운데에 위치한 디지털갤러리는 폭 30m, 길이 218m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으로 돔형 지붕처럼 생겼다. 첨단 IT와 조명예술을 바탕으로 박람회 주제와 관련된 화려한 영상과 3D 입체음향으로 관람객의 눈과 귀를 압도한다. 거대한 고래가 심해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은 한낮에도 선명하다.
디지털갤러리는 관람객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자신의 사진이나 메시지를 전송해 대형 전광판에 나타나게 하는 쌍방향 교류도 가능하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디지털갤러리의 거대한 전광판에 떠오르는 ‘고백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20m 길이의 벽면 스크린과 지름 5m의 반구형 스크린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오대양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하는 주제관은 관람객이 바다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생명의 바다를 되찾은 소년과 듀공의 모험을 연출하는 메인 쇼는 주제관의 하이라이트.
한국관의 돔스크린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영상을 선보이는 공간.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장보고 이야기 등 실제 크기의 디오라마와 영상이 세계 최대 규모인 높이 15m, 지름 30m의 돔스크린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진다. 영원히 잊지 못할 생생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영상을 선보인다.
이밖에 해조류에서 미래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입체영상과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해양산업기술관, 해저도시 모형을 보여주는 해양문명도시관, 4D 영상의 잠수정을 타고 수심 6000m의 마리아나 해구와 남극 바다 등을 가상체험으로 여행하는 해양생물관 등이 운영된다.
여수세계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은 예약률 1위를 기록한 아쿠아리움. 국내 최대인 6030t 규모의 아쿠아리움에는 최근 들여온 러시아 흰고래와 바이칼 물범, 해마, 해룡 등 세계적 희귀종을 비롯해 300여종 3만4000마리의 해양생물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6000마리의 정어리떼가 군무를 펼치는 ‘대형 엔쵸비 수조’ 앞에 서면 바다 속으로 들어온 착각이 들 정도.
‘해양과 인간,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세상’을 주제로 첨단 로봇의 화려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대우조선해양로봇관은 아쿠아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전시관. 6.5m의 자이언츠로봇(리더씨봇)을 비롯해 5가지 해양로봇이 연출하는 심해관과 로봇축구, 로봇합창 등이 볼 만하다.
시멘트저장고로 쓰였던 폐사일로를 리모델링해 만든 스카이타워는 박람회장에서 가장 높은 건물. 밖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67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박람회장과 오동도 등 여수신항 일대가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여수=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