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기 그만…” 새누리 당권경쟁 뒤늦게 발동

입력 2012-05-02 21:50


개점휴업 상태였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오는 15일 당 대표 등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하는 중진들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당권 경쟁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내 분란 경고로 그동안 공식적으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이가 없었다.

4선의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른 균형과 당 화합을 이끌어냄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는 국민의 정당을 만들겠다”며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친이명박계로 비박(非朴·비박근혜) 의원들을 결집해 세를 모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실제로 심 의원은 대선 예비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과 만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친박근혜계 3선인 유기준(부산 서구)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유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정권재창출을 앞두고 위기에 놓여 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황우여(인천 연수) 원내대표는 이르면 3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에서 조직적으로 황 원내대표를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화합형 리더십으로 대선을 앞둔 당을 관리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총선 서울 종로에서 낙선했지만 계파를 떠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홍사덕 의원도 가능성이 있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홍 의원에게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유정복(경기 김포), 원유철(경기 평택갑) 의원,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당선자, 비례대표 이정현 의원 등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1위가 당 대표를 하고 2∼5위가 선출직 최고위원을 하게 된다. 선출직 최고위원에는 여성 1명이 꼭 들어가야 한다. 여성 후보로는 김을동 이혜훈 조윤선 의원이 당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당초 당권 도전이 유력했던 5선의 남경필(경기 수원병) 의원은 원내대표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오전에 쇄신파 의원들과 모임을 가진 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이고, 이를 위해 쇄신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당 지도부보다는 원내 지도부에서 역할을 맡아 정당개혁, 국회개혁에 전념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역과 계층을 뛰어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쇄신파 모임에는 정두언 황영철 김세연 홍일표 신성범 박민식 구상찬 권영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당대회 이후 대선 국면에서 당 대표는 대선을 관리하는 제한적 역할이 우선인 반면 원내대표는 야당과 맞상대하며 정책과 법안 처리를 총지휘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정치적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친이계 이병석 의원이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이며 친박계 이한구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원내대표 경선은 오는 9일 실시된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