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코너몰리자… ‘대체재’ 김두관에 눈길
입력 2012-05-02 01:41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의 ‘담합’ 파문에 휩싸여 코너에 몰리자 김두관 경남지사에게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지사는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됐으나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한 것으로 비쳐졌다.
김 지사는 그러나 입당 후 뚜렷한 대선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문 고문이 부산·경남 지역 선거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언론이 그에게 주목했으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지사가 5∼6월 대선 출정식 성격의 출판기념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공식 부인하기도 했다. 지금도 대선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한사코 꺼린다.
이런 행보는 문 고문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 지사와 문 고문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때문에 친노(親盧)란 정치적 기반이 중첩된다. 거기다 지역적 기반도 같은 경남(김 지사-남해, 문 고문-거제)이다. 두 사람은 대선정국에서 대체재 관계인 셈이다. 김 지사에게 가장 큰 벽은 문 고문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문 고문이 총선 후에도 국민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0%를 상회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자 김 지사에게 설자리가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박 담합 파문은 문 고문에게 어떤 형태로든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과 친노 핵심세력이 미는 박지원 최고위원이 낙선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구태(舊態)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질 가능성이 있다. 문 고문에 대한 당 내외 실망감은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김 지사에게는 국민 지지도가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큰 약점이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지도가 낮았다고 하지만 2002년 이맘 때 ‘노무현 후보’는 5% 수준을 유지했었다. 지지도에서의 문 고문 하락과 김 지사 상승은 아직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대신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처럼 인생에 스토리가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고향 남해에서 농민운동을 하면서 이장을 지냈으며 군수와 장관, 도지사에까지 올랐다. 한마디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출마선언과 함께 인생 역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지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김 지사 측 설명이다.
김 지사는 2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18개 시·군을 돌면서 ‘경남도민과의 대화’를 한다. 공무원들을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군별로 200∼300명씩의 주민 대표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자연스럽게 대선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만하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