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3기 정권 출범 앞두고 메드베데프-세친 ‘권력 암투’

입력 2012-05-01 19:02

3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 출범을 앞두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고르 세친 부총리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물론 푸틴과의 약속대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총리 자리에 앉게 된다. 문제는 다음주 발표될 내각 구성에서 그의 사람들이 얼마나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그의 총리직 롱런 여부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된다. 그런데 그의 정치 라이벌이자 푸틴 측근으로 통하는 세친 부총리가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어 메드베데프에게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자리바꿈 발표가 있을 때부터 정치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세친이 내각에서 떨려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세친이 부총리직에 연임돼 총리인 메드베데프가 아닌 푸틴에게 직보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돌고 있다. 세친의 영향력 과시는 최근 행보에서 드러난다.

그는 푸틴의 지원을 받아 국영기업에 대한 반부패 조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간 국영기업 개혁은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서 사활을 걸고 320억 달러에 달하는 민영화를 추진해왔던 사안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찰의 권한 남용 사건이 유출돼 내무부 장관이 코너에 몰리는가 하면 수석 부총리인 이고르 슈발로프가 10년 동안 재벌기업에 투자해 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내용이 폭로되는 등 메드베데프를 수세로 모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이처럼 잇따른 스캔들로 인해 메드베데프가 향후 총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관건이 될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에 제대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세친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국영기업 민영화 반대 로비에 앞장서고 있다.

FT는 그가 푸틴에게 최근 세계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국영기업을 헐값에 매각할 우려가 있다며 연기시킬 것을 건의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예를 들어 매각 시 북극 유전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