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은 사망전 뭘 고민했나… “알카에다 조직 명칭 변경 검토”

입력 2012-05-01 19:02

2일로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오사마 빈 라덴은 말년에 알카에다의 이미지와 자신의 평판을 염려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파키스탄의 빈 라덴의 마지막 거처에서 압수된 자료와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에서 그를 재정난과 신입요원 선발, 반란을 도모하는 지역 테러리스트, 미국의 드론 공격에 따른 갑작스런 간부의 사망 등 조직의 무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광대한 테러조직의 ‘최고경영자(CEO)’로 묘사했다.

그가 숨지기 몇 달 전 알카에다와 관련된 한 웹사이트는 ‘인간 잔디깎기(human lawn mower)’라고 불리는 살인기계 아이디어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찼다. 이것은 트럭에 회전 칼날을 달고 군중 속으로 돌진하는 것이었다. 많은 ‘지하드 전사’들이 이 아이디어를 지지했지만, 빈 라덴은 알카에다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미 정보요원은 밝혔다.

또한 그가 말년에 분산되고 사기가 떨어진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얼마나 이념적인 순수성에 집착했는지도 새로 드러났다고 WP는 전했다.

빈 라덴 말기 리비아 출신의 아티야 압드 라흐만은 빈 라덴의 동의를 얻어 알카에다의 테러 행위를 체계화·법제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는 무고한 무슬림에 대한 테러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어긋나는 것으로 금지하되, 미국인의 경우 비록 비무장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살해하는 것은 허용될 뿐만 아니라 알카에다의 의무라고 규정했다. 서방국가에 대해 분노했던 빈 라덴과 아티야는 서방에 대한 테러는 정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조직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테러 담당 수석 보좌관인 존 브래넌도 지난달 30일 빈 라덴이 사살되기 1년 전부터 알카에다에 대한 미국의 전면 공격으로 조직이 잇따라 와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개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빈 라덴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 명칭까지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