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수사] 檢, 정권실세 개입 의혹 쏟아지는데… 행정적 절차만 확인?

입력 2012-05-01 18:53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의 석연치 않은 결정을 둘러싸고 정권 실세 개입 등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도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역할과 관련한 사실 확인에만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차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이후에나 서울시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2005년 11∼12월 도시계획위원회 참석 위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법무법인 에이스 변호사)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고려대 교수)이 파이시티의 세부시설 변경(상업시설 허용)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로선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1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나 박 전 차관처럼 인허가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드러나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이 개인 비리에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미리 수사에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사업의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된 과정에서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가 뒤를 봐주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5월 파이시티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3월 총사업비 2조4000억원 규모의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공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은 8900억원에 이르는 기존 대출금에 대한 보증을 하지 않는 등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이면계약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한 포스코 설비 납품업체인 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과 박 전 차관이 수상한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제이엔테크가 현 정권 출범 이후 포스코로부터 받은 납품 물량이 급증한 것이 박 전 차관의 포괄적인 청탁에 힘입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당시 ‘왕차관’으로 불리며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박 전 차관이 포스코 측에 제이엔테크 물량 밀어주기를 요청하고 대신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힘을 써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포스코건설 직원 소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