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수사] 또… 곤혹스런 포스코, 시공사 특혜 이어 이동조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
입력 2012-05-01 22:05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자금을 세탁해준 것으로 드러난 이동조 회장이 몸담고 있는 제이엔테크가 포스코 협력업체로 밝혀지면서 포스코가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2000년 설립된 제이엔테크는 포스코 계열사들의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와 정비공사를 주로 해주는 중소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76%를 포스코에 의지하고 있다. 제이엔테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과 2007년 매출이 각각 25억원과 27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포스코건설 협력회사로 등록되면서 그해 100억원, 2010년 226억원으로 4년 만에 매출이 8배나 증가했다. 제이엔테크가 급성장한 데는 박 전 차관의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포항 출신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포스코가 제이엔테크에 물량을 몰아주도록 박 전 차관이 입김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심사요건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공권을 따낸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포스코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마저 애초부터 시공사가 포스코건설로 내정돼 있었고, 다른 건설사는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권 실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포스코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박 전 차관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다. 포스코건설 사장 출신인 정 회장이 2009년 포스코 회장으로 오르는 데 박 전 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은 2009년 1월 임기를 1년 2개월이나 남겨두고 돌연 사퇴해 외압설이 나돌았다.
이 회장이 사임한 이후 후임으로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현 포스코건설 상임고문)과 정준양 사장이 거론됐지만 결국 정 사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낙점됐다. 정 회장 취임 후 한 달여쯤 지난 2009년 4월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정권 실세들이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이동조 회장은 1970년대 중반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해 15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포스코 협력회사가 됐고 2008년 이후 제철소 설비 증설이 많다보니 매출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며 “정준양 회장은 당시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임됐기 때문에 박 전 차관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