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수사] 왕차관 꼬리잡을 히든카드 있나… 檢, 박영준 수사 급물살

입력 2012-05-01 18:53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난달 29일 제이엔테크 압수수색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와 박 전 차관 사이의 돈거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검찰이 제이엔테크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가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준 돈이 제이엔테크 이동조 회장 계 좌로 들어간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며 돈세탁을 해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3억원 안팎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를 추궁해 이 돈의 종착지가 박 전 차관이란 진술도 얻어냈다.

대검 관계자는 1일 “이씨의 진술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해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제이엔테크 대표 이모씨도 불러 계좌에 들어온 돈과 박 전 차관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검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이 회장도 필요하면 들어오라고 종용할 수 있고, 조금 있다가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이 회장이 없어도 조사가 난항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은 박 전 차관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고, 돈을 받은 시기에 따라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박 전 차관이 서울시에 청탁을 한 정황은 파이시티 인허가에 관련된 서울시 국장들이나 강철원 전 서울시정무조정실장 소환조사 등을 통해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했다.

다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조사 때와 달리 박 전 차관에는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다. 검찰은 “박 전 차관에게 실제로 줬어도 증거가 없으면 안 받았다고 할 수도 있어 건너간 돈의 규모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차관은 밤늦게까지 조사를 할 것 같고, 필요하면 더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돈 액수와 성격을 놓고 박 전 차관과 신경전을 벌일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돈을 세탁해 준 사람은 현재로선 이 회장뿐이고, 다른 기업들이 박 전 차관에게 돈을 준 정황도 포착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차관이 이 회장을 통해 세탁한 돈의 규모를 밝히는 데 집중할 시기라는 취지로 들린다. 검찰은 다만 “이 회장 지인들 계좌도 보느냐”는 질문에 “그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해 이 회장이 자금세탁을 위해 지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