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번엔 제주行… ‘非朴’협공 피하며 사실상 대선 행보

입력 2012-05-01 18:49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제주도를 찾았다. 지난주부터 이어온 민생투어의 연장선상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대선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등 여권 대선주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비박(非朴·비박근혜)’ 연합 전선을 구축하려 하자 ‘박근혜=민생’ 이미지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도 박 위원장은 총선에서 전패한 제주도에서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과 해군기지 건설 관련 간담회, 국제여객터미널 현장투어 등에 나서며 민생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특히 제주도민들의 반대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온 힘을 쏟았다. 박 위원장은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안보상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제주도가 새롭게 도약하는 데도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면서 “과거 1960∼70년대 감귤을 대대적으로 들여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듯이 이제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미국 하와이를 사례로 꼽으며 “하와이의 재정수입에서 해군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4%”라면서 “이 기지를 반드시 민·군 복합형으로 만들어 대형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국제여객터미널에 들러 취항 현황 등을 보고받고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현재 박 위원장의 고민과 부담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총선 이후 전국 각 지역 공약실천본부 출범식을 찾아다니며 민생 행보를 하고 있지만 ‘박근혜 1인 지배체제’ ‘대세론’ 등 부정적인 얘기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5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누구를 당 대표로 내세울지 적지 않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박계 핵심 인사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박 위원장이 전대 출마 등 의원들 거취를 놓고 말하는 스타일이 본래 아니다. 출마는 개개인이 결정하는 문제”라며 “당 대표 후보 등록일(4일)까지는 충분한 수의 당권 경쟁자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이 박 위원장이 반대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당내 경선에)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진행자가 “모든 당 대선주자들이 박 위원장에게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자 “당심(黨心)과 괴리된 요구라 생각지 않는다. (도입해도)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