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준 감시 요원들 “천광청 변호사 알게 된 뒤 동정… 탈출 돕고 싶었다”

입력 2012-05-01 18:49

“도주하고 싶다면 우리는 못 본 척 해줄 수 있다.”

천광청(陳光誠) 변호사의 ‘둥스구 탈출’을 도왔던 감시 요원들의 고백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행위를 ‘일부러 눈감아 준다’는 뜻으로 ‘선택적인 실명(失明)’이라고 불렀다.

이에 따라 천광청 감시 요원들이 그의 탈출 사실을 일부러 늦게 보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감시 요원들은 지방관리들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천광청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 지난 2월에는 천광청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밖으로 새나가자 감시 요원 대부분이 해고되거나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이들이 감시 요원직을 그만두려고 하면 관리들은 “심장과 눈알을 파내는 게 두렵지 않느냐”면서 “처자식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그만 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옆에서 천광청을 지켜보면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동정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감시 요원을 바꾸기도 했고 멀리 떨어진 마을 사람을 감시 요원으로 채용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천광청을 찾아온 사람들로부터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빼앗아 간부들에게 상납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천광청을 돕는 인권운동가로 추정)으로부터 수천 위안(수십만원)을 건네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장톈융(江天勇)은 이에 대해 “예전에도 천광청을 동정하는 요원이 있었다”며 “이는 민심이 어느 쪽에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청을 감시하는 사람들은 둥스구촌 간부, 사복 공안, 향진(鄕鎭) 정부가 채용한 건달 등 3부류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70여명에 달했으며 경찰 차량 2대와 경찰견 3마리도 함께 배치됐다. 보쉰닷컴은 천광청을 지난 18개월 동안 감시하는 데 들어간 총비용은 6000만 위안(약 108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