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었나’… 산소탱크 박지성이 아니었다

입력 2012-05-01 18:38

‘너무 쉬었나.’

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더비 매치. 이 경기는 승점 3점 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와 2위의 맨시티의 ‘빅매치’라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맨체스터 더비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박지성(31)이 8경기 만에 출장해서 팬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 경기였다.

결과는 ‘산소탱크’ 박지성(31)도 맨유도 모두 고배를 마셨다. 박지성은 이날 선발로 출전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지난 3월5일 토트넘 전 이후 57일 만이자 8경기 만에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선발 출전은 지난 2월1일 스토크 시티 전 이후 무려 90일 만이다.

오랜 시간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한 후유증은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박지성은 맨시티 핵심 미드필더 야야 투레를 제대로 봉쇄하지 못했고 0-1로 뒤지던 후반 12분 맨유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교체 아웃됐다. 그라운드를 휘젓는 ‘산소탱크’의 모습을 57분 동안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유독 중요한 경기에 강한 박지성의 진가도 보여주질 못했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혹평 일색이다. 스카이스포츠와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나란히 박지성에게 5점을 주며 각각 “페이스가 떨어졌다” “임팩트를 거의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골닷컴은 이날 ‘가장 부진했던 선수’로 박지성을 꼽은 뒤 평점 4점을 주며 “초반 20분도 안 돼 지쳐보였고 볼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혹평했다.

박지성의 부진과 함께 맨유(+53)는 전반 종료 직전 빈센트 콤파니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 1로 패했다. 이로써 맨유는 26승5무5패(승점 83)로 맨시티(+61)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 득실에서 밀려 리그 선두 자리를 내줬다. 남은 정규리그 2경기를 다 이긴다 해도 자력 우승은 물 건너간 셈이다. 맨시티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맨유는 이번 시즌 맨시티와의 첫 맞대결(지난해 10월23일)에서도 1대 6으로 대패한 데이어 중요한 2차전에서도 무릎을 꿇어 자존심을 구겼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