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이야기는 왜 변질된 것일까… 수요기획 ‘똥 마렵다던 아이는 어디로 갔나’

입력 2012-05-01 18:17


수요기획 ‘똥 마렵다던 아이는 어디로 갔나’(KBS1·2일 밤 11시40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팔다 남은 떡을 머리에 이고 오누이가 기다리는 오두막집으로 바삐 가던 엄마 앞에 나타난 호랑이. 떡을 다 빼앗아 먹은 다음에는 엄마를 잡아먹고, 집으로 찾아와 오누이까지 노린다. 하지만 치마 아래로 삐져나온 꼬리를 보고 오누이는 도망쳐 해와 달이 된다. 그런데 호랑이와 함께 방에 있던 오누이는 어떻게 도망쳐 나온 것일까?

1920년대부터 전국을 돌며 옛이야기를 기록해 모아 놓은 ‘한국구전설화’를 보면 오누이는 호랑이와 함께 있던 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기가 막힌 꾀를 낸다. 바로 “똥이 마렵다”는 핑계를 댄 것. 우리가 읽는 동화책에는 왜 이 장면이 빠져 있는 걸까? 이 동화뿐이 아니다. 결말이 바뀐 것도 여럿이다. 우리의 옛이야기가 변질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전래동화집은 1924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동화집’. 발간을 맡았던 일본인 학자는 우리 이야기의 예술성이나 서사성 등 그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이후 그것이 교과서와 책으로 무분별하게 전해지면서 변형된 옛이야기가 자리 잡아 버렸다.

우리 민족의 인생관과 가치관, 지혜가 담겨 있는 전래동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야 하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에 견딜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뿌리를 알려주기 위해 우리 옛이야기의 원형을 이해하고 제대로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