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부채 두 배로 올려놓고…

입력 2012-05-01 18:22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부채를 추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0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을 포함한 286개 공공기관 부채가 지난해 463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2007년 249조원이던 부채가 현 정부 들어 4년 만에 214조원가량(86%) 급증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 채무 420조7000억원보다 43조원 가까이 많은 수치다.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한 것은 정부 대신 국책사업을 맡거나 물가안정을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한 요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부실 저축은행을 지원한 예금보험공사, 전기·가스 요금을 낮게 책정한 한전과 가스공사, 보금자리사업과 세종시 건설을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 4대강 사업에 동원된 수자원공사 등의 부채가 1년 사이에 4조∼13조원가량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국제기준상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부채와 국가 부채를 분리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부채를 갚지 못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하고, 결국에는 국민 세금으로 틀어막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부채를 국가 채무처럼 관리해야 마땅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최근 우리나라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 신용등급과 분리해 평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는 국가 신용등급 덕분에 대부분의 공기업이 A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별도로 평가할 경우 일부 공기업들은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공기관 부채를 방치했다가는 공공기관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국가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감축 계획을 면밀히 점검하고, 무리한 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넘기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경영에 문외한인 낙하산 인사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는 낡은 관행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은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