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G2인가, 개발도상국인가
입력 2012-05-01 18:17
2012 베이징 모터쇼가 2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한국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14개국 기업들이 열흘 동안 차량 1125대를 전시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베이징 모터쇼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 세계 3대 모터쇼에 들지도 않는데 왜 그럴까. 중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제일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도 눈에 띈다. 베이징 시내에서는 택시와 ‘싼룬처(三輪車)’가 함께 다닌다. 싼룬처란 오토바이나 자전거 뒤쪽에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택시처럼 운행하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검은 세단이 달리는 옆으로 양떼가 지나가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고나 할까.
급속한 경제 발전에 의식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곧 여름철이 다가오면 웃통을 벗어젖힌 남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이들은 어깨를 드러낸 채 다닌다는 뜻으로 ‘방예(膀爺)’로 불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대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나 중앙선을 넘나드는 차량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현지화’가 덜 된 탓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중국은 경제만 놓고 보면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G2’임에 틀림없다. G2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사회의 단면도 노출되고 있지만.
그러나 당이 모든 분야를 영도하는 체제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은 간단치 않다. 불과 두달 남짓 사이에 중국 내 미국 공관으로 도피한 인사가 두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이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당의 영도’라고 하지만 ‘당의 권력 독점’일 뿐이다. 이는 곧 ‘투명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현 체제는 개혁·개방 30여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처럼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부패 공화국’에다 ‘인권 후진국’이란 오명은 이러한 체제에서 비롯됐다. 한 해에 중국에서 10만 건이나 발생하는 폭동은 주로 부패와 연결돼 있다. 만약 공산당이 무너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부패 때문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산당이 창당된 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일당 절대 우위’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시라이 사건은 당 지도부의 무한 권력으로부터 싹 튼 것에 다름 아니다.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중국판 ‘쇼생크 탈출’을 감행한 것도 절대 권력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무리 산아제한 정책이 중요하다지만 여성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킨 대목에서는 입이 벌어진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천광청은 여성 인권을 보호한 공로로 상을 받겠지만 중국에서는 벌을 받고 있다는 지적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보시라이 사건을 거치면서 지도부 내 권력 암투가 상당 부분 밖으로 알려진 데서 ‘투명성’의 단초를 봤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과거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설적인 얘기일 뿐이다.
공산당 지배 체제의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은 인민들이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자유, 언론의 자유 등. 중국 체제가 추진해온 경제성장은 전문가들 예측대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산당은 사회 발전에 따라 더 많은 자유를 원하는 새로운 유형의 중국인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권력 교체기에 접어든 중국 지도부가 지금 고심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전 세계는 중국 지도부의 세대 교체를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