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총장, 외국 고위 인사로는 첫 미얀마 국회 연설… “국제사회는 미얀마 제재 완화하라”

입력 2012-04-30 19:3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국제사회에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이날 헌법을 둘러싼 정부와의 분쟁을 끝내고 국회에 등원하기로 했다.

반 총장은 이날 행정수도인 네피도에서 미얀마를 방문한 외국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국회 연설을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반 총장의 이번 방문은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지난해 3월 민간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그는 국회 연설에서 국가 개혁을 위한 세인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여사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국제사회는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미얀마 제재를 유예하거나 완화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하지만 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엔도 미얀마를 돕겠다며 2014년 실시할 예정인 인구조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얀마 당국이 인구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수치 여사 등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야당 의원들은 반 총장의 국회 연설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헌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반 총장의 연설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반 총장의 연설 후,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는 정부와 불협화음을 벌였던 헌법 논란을 끝내고 5월 2일 국회에 등원하겠다고 밝혔다. NLD는 지난 1일 4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압승했으나 군부가 제정한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의원 선서를 할 수 없다며 등원을 거부했다. 이들은 ‘수호’를 ‘존중’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치 여사는 이날 “우리가 선서 문구를 받아들인 것은 국민들의 염원 때문”이라며 “우리는 정치적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일 옛 수도인 양곤으로 이동, 아웅산 수치 여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그는 군부가 집권하고 있던 지난 2009년 미얀마를 방문했으나 수치 여사를 만나지 못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