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공조강화 명목 美영토에 자위대 영구주둔 추진… 일본, 군국주의 망령 되살아나나
입력 2012-04-30 19:23
일본 정부가 미군과의 공동훈련을 명목으로 미국 영토 영구주둔 등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평화헌법을 파괴하려 한다는 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해 온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이 같은 사실은 노다 총리가 지난달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달한 서면답변 내용에 드러나 있다. WSJ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일본의 지역안보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약속’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교도통신이 하루 앞서 보도한 이른바 ‘동적방위(動的防衛)협력’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협력은 미군과 자위대가 경계감시 활동에서 공조를 강화한다는 게 뼈대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노다 총리 답변을 보면 이는 당초 주일미군 재편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일본 전략의 변화는 양국 국방당국이 27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드러나 있는데,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재편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아·태지역에서 일본 군대의 주둔을 확장하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다 총리는 답변에서 “일본은 난사군도를 포함해 미국의 아·태지역의 전략 초점에 조응해 방위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양국이 괌을 ‘전략적 허브(strategic hub)’로 구축해 인근 섬들과 함께 공동 훈련시설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 자위대를 처음으로 미국 영토에 영구주둔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노다 총리는 (자위대 영구주둔이) 가능한 지역이 북마리아나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마리아나제도는 2차 세계대전 말미에 미 공군이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격시켰던 곳이다.
노다 총리는 이와 관련 “이런 노력은 상호 역동적 방위 협력을 확산시킴으로써 공동대응력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2차대전 이후 60여년간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평화헌법을 가진 나라에겐 상당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의 핵위협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시점에서 국방예산 감축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그간 일본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소원해졌던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를 회복할 묘안으로 이 같은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그간 평화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엔평화유지군 참여, 이라크 전쟁기간 동맹국 연료보급 등을 통해 자위대의 역할범위를 넓혀왔다. 최근엔 해적소탕 지원을 명목으로 아프리카 지부티에도 해외기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에서 아·태지역을 대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공동개발에 나서는 방안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