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정유사 영업익 미끄럼… 묘하네

입력 2012-04-30 21:37


사상 초유의 고유가 사태에도 올 1분기 정유업계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스오일은 최근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14조3797억원 매출에 5748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에스오일은 9조360억원의 매출에 38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SK에너지의 경우 매출은 17.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9.6% 하락했고 에스오일은 매출이 3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1%나 하락했다. 두바이 원유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100.9달러에서 올 1분기 116.5달러로 상승한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정유 독과점을 해소해 기름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정유업계의 마진을 떨어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영업이익 하락을 정부 정책과 연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정제마진 하락이 영업이익 감소를 이끌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얻는 이익이다. 보통 국제유가의 상승폭보다 국제석유제품의 가격이 더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 상승률이 원유 가격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정유업계가 영업이익 손실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실적을 발표할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업계가 공급가를 낮춘 것이 영업이익 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고 정유 4사의 공급가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 2월과 3월 마지막 주 국제 휘발유 가격과 국내 정유사 공장도 가격을 비교한 자료에도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41.69원 인상됐지만 국내 공장도 가격은 ℓ당 26.17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가격은 물가에 바로 영향을 주는 데다 매일 아침 알뜰주유소에 들어가는 휘발유 공급가가 알려지기 때문에 공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휘발유 가격이 7일째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는 30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통해 전날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이 ℓ당 2059.44원으로 전날보다 15원 떨어졌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국내 석유가격 제품도 약세로 돌아섰지만 중동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