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마트 판매… 그러나 준비 미흡

입력 2012-04-30 23:38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제조사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휴대전화를 산 뒤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자급제(블랙리스트제)가 1일부터 시행된다. 도난·분실된 휴대전화의 국제모바일 기기식별번호(IMEI)만 이통사에 등록하는 블랙리스트제도는 블랙리스트에 없는 모든 단말기 공기계를 구입해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휴대전화를 구매하고 통신요금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은 등록되지 않은 휴대전화도 개통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개발했다. 휴대전화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삼성모바일’, LG전자는 ‘베스트숍’, 팬택은 ‘라츠’ 등 자체 휴대전화 유통망을 구축해 공 단말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자급제가 시행되면 기존에 제공되던 이통사의 할인이 없어져 오히려 이용자에게 불리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방통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통해 제조사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한 소비자가 이통사 대리점을 이용한 소비자보다 요금 할인을 덜 받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통경로에 관계없는 할인요금제를 논의했다. 방통위는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모든 소비자가 약정할인 등을 통해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제품, 유통, 요금제 등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통사들은 적절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무작정 할인해주기 어렵다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통사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해 약정하고 가입하는 고객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한 고객을 똑같이 할인해줄 수 없다는 논리다.

대형마트, 홈쇼핑 등에서 휴대전화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휴대전화에 통신사의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으면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은 휴대전화 확보를 꺼리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도 대형마트 등에 제품 공급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 홈쇼핑업체들도 보조금 없이 유통할 제품을 확보하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휴대전화 자급제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편 등은 준비됐지만 제조사,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이 해외 저가 휴대전화, 자급제 전용 휴대전화를 확보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적 한계도 있다. 해외에서 국내 통신사들의 기술 방식, 주파수와 맞지 않는 휴대전화를 들여왔을 경우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들여온 휴대전화의 경우 애프터서비스(AS)를 원활하게 받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자급제용 휴대전화 등이 다양하게 나와야 자급제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제도 시행일에 맞추는 데 급급해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휴대전화 자급제를 실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