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 “피싱사이트 피해 막아라”… 인터넷·폰뱅킹 대출 잠정 중단 ‘강수’

입력 2012-04-30 21:50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은행 피싱사이트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인터넷뱅킹 및 스마트폰뱅킹을 통한 일부 대출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이들 은행은 보안강화 시스템뿐만 아니라 피싱 사기를 본인 스스로 알 수 있도록 공인인증서 확인 시스템도 올 상반기 안에 갖추기로 하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을 통한 신용 및 예금담보 대출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2일부터 각각 예금담보대출과 일부 신용대출에 대해 잠정적으로 거래를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다음주 중으로 인터넷 예금담보대출을 중단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보안강화 차원에서 지난 4월 13일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뱅킹을 통한 신용대출을, 4월 16일부터 예금담보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급신장 중인 온라인 대출 등을 중단키로 한 것은 그만큼 피싱사이트에 대한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피싱사이트 및 전화상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얻은 뒤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예금담보대출을 받거나 정기예금을 해지해 가로채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피싱 사기범들이 카드사나 보험회사 등을 타깃으로 삼다가 이들 업체들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자 올 들어 은행권으로 범죄 대상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직원들을 동원해 피싱사이트 방지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 잇단 홍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좀처럼 피해가 줄어들지 않자 보안강화 차원에서 대출중단이라는 강수를 쓴 것이다.

은행 차원에서도 피해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3월 말 현재 가계의 예금담보대출(8271억원) 중 인터넷 및 스마트폰 등 비대면 예금담보대출은 2052억원으로 비중이 25%에 달한다. 특히 젊은 고객 등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많아져 은행들은 비대면 대출을 강화하던 참이었다.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피싱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황이다.

이들 은행은 대출중단기간 동안 보안 방화벽을 공고히 쌓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고객이 공인인증서 재발급 시 아웃바운드 콜(회사가 확보한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고객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을 받거나 SMS(휴대전화 단문메시지서비스) 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이 당장 오는 4일부터 휴대전화 SMS를 통해 본인 인증을 완료한 고객에게는 예금담보대출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은 늦어도 6월 중에는 본인 확인 절차 강화 조치를 완료해 스마트폰 및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금 담보·신용 대출을 재개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메일 및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있다”며 “피싱 사기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