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광청 사건] 美·中 ‘신병 처리’ 난감… 팡리즈式이냐 왕리쥔式이냐
입력 2012-04-30 19:05
중국과 미국 모두 ‘천광청 사건’을 놓고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보시라이 사건으로 인해 지도부 내 권력 암투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던 터에 이번에는 ‘인권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도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 이란 문제 등을 놓고 중국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중국보다 ‘절대 우위’에 있는 인권 문제를 소홀히 다룰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지난 2월 초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망명 신청 당시 너무 쉽게 중국 측에 신병을 넘겨 의회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지난 29일 당초 일정보다 며칠 빨리 베이징에 도착한 것은 양국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캠벨 차관보는 3일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맞춰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중국 측에서는 천광청 사건을 둘러싸고 민정부를 비롯해 외교부, 공안부, 국가인구 및 계획생육위원회(계생위) 등 4개 부처가 미국과 교섭에 나서고 있다. 계생위가 포함된 것은 천광청 사건이 산아제한정책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천광청이 인권 탄압을 피해 미국 공관을 찾은 만큼 왕리쥔 사례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에 따라 양국이 협상 과정에서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베이징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했던 팡리즈(方勵之, 사망) 케이스를 따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천광청은 정치적 박해 때문에 피신한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팡리즈와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광청 부부가 지난 2003년 7∼8월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만큼 결국 미국으로 가기가 절차상 쉽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천광청 자신이 현재로서는 중국에 머무르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에 미·중 양국이 협상을 타결짓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팡리즈의 경우 1989년부터 1990년까지 13개월 동안 베이징 미국대사관에 머무르다 영국으로 망명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중국 입장에선 인권변호사를 외국으로 보내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차라리 골치 아픈 인사를 국외로 추방하는 게 낫다는 견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왕리쥔 양보 이후 비판에 직면했던 미 행정부와 제18차 당 대회를 목전에 둔 중국이 서로 득이 되는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