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권경쟁 ‘李心’ 작용하나… 이재오 임태희 등 親李, 후보 경선 속속 가세

입력 2012-04-30 19:03

새누리당의 18대 대선 후보 경선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 이어 제2의 ‘박근혜 대(對) MB’(이명박 대통령)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에 이 대통령 측근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까지 사실상 출사표를 던지자 정치권에서는 비박(非朴) 잠룡들의 행보에 ‘이심(李心·이 대통령 의중)’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온다. 임 전 실장은 30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늦어도 5월 중순 이전에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합류를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5월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6일 출마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 정두언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경남 김해을)에서 당선된 김태호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의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다. 벌써 비박 진영에서만 7∼8명이 거론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경선 룰을 고리로 ‘박근혜 대세론’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3인방’은 이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하며 박 비대위원장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임 전 실장도 이날 “경선 룰도 적합하게 바뀌어야 한다. 선거인단을 더 늘려 수도권의 중도세력과 전국의 젊은층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비박 후보 간에 이 대목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는 거의 동시에 움직임을 시작한 이들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고 의구심을 내비치는 인사들이 많다.

이 대통령이 박 위원장 독주 체제를 잠룡들의 인해전술로 막아낸 뒤 합종연횡을 통해 자신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친이계 핵심에게 최종 후보 자리를 물려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전 실장 출마와 관련, “대통령의 ‘대선 불(不)개입’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박 잠룡들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예측이 엇갈린다. 막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는 “친이계가 아무리 움직인다 해도 ‘MB정권 심판론’이라는 국민 정서를 이겨낼 순 없다”면서 “경선 룰 변경은커녕, 현재로선 박 위원장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조차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