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수사] 檢 “이젠 돈 사용처 추적”… 검찰, 대선 자금까지 손댈까?
입력 2012-05-01 01:06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혹 수사는 한고비를 넘겼다. 검찰은 이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금품수수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구속된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돈의 사용처를 파헤칠 계획이다. 관심은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는가 여부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로부터 금품수수 사실이 처음 보도됐을 때는 대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의 자택이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이유도 대선자금의 흔적이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사용처를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최 전 위원장의 개인비리를 보강하는 선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날 오전 열린 최 전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그가 받은 돈의 성격과 대가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초반부터 브로커 이동율씨의 운전기사 최모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보낸 협박 편지와 돈뭉치가 찍힌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며 받은 돈의 대가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공개한 최씨의 편지에는 “그 돈의 성격이 서울시청에 말을 좀 잘해 달라는 취지가 아니었느냐. 현금 8억원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탁 정황과 돈을 준 물증이 확실한데도 최 전 위원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은 “고향 후배가 순수하게 준 돈이어서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호인 측은 75세로 고령인 최 전 위원장이 심장혈관 수술까지 예정돼 수감생활이 어려운 데다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의 사용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유구무언”이라고 짧게 답했다. 건강상태를 묻자 “괴롭다”고 했다. 그는 수술 날짜 예약과 관련, “급히 한 게 아니다. 오래전에 했고 병원에 가면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