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 담합’ 개입 역풍… 門 열기도 전에 흔들리는 文

입력 2012-04-30 19:13


민주통합당 문재인(사진) 상임고문이 위기에 처했다.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담합’ 파문에 직접적으로 휩싸인 탓이다. 문 고문은 지난 25일 두 사람이 역할분담에 물밑 합의하는 과정에 일정부분 개입했으며, 합의 직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한 역풍이 거세게 불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門 열기도 전에 흔들리는 文’이라고 표현한다.

문 고문은 당내 대선주자들 중에서 여론조사 국민지지도가 가장 높다. 단순 지지도에서 10%를 상회한다. 1∼3%인 다른 주자들에 비하면 한참 앞지르고 있다. 그런데 왜 이-박 담합에 개입했을까.

4·11 총선 때 자신이 진두지휘한 부산지역 성적이 기대 이하란 이유로 여론조사 지지도가 하락 추세를 보인 데 대해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박 합의는 기본적으로 문 고문을 대선후보로 상정한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 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문재인 대세론’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음 직하다.

문제는 당내 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는 점이다. 문 고문은 정략이나 술수에 능한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순수성을 갖춘 정치신인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운명’이란 저서 출판기념회를 가지면서 사실상 정치에 입문했지만 실제로 정치활동을 한 것은 부산 총선출마가 처음이다. 이런 이미지는 새 정치를 갈망하는 올 대선 국면에서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박 합의가 ‘정치적 야합’이란 평가를 받게 되면서 합의 당사자와 함께 문 고문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대선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크나큰 악재를 만난 셈이다. 문 고문은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박 두 분의 합의, 이상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 대표 원내대표, 더 참신해야 한다는 생각도 당연합니다”라는 글을 띄워 한발 물러선 뒤 수일째 침묵하고 있다. 광풍을 피하고 보자는 전략인 듯하다. 그럼에도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문 고문의 리더십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다. 특히 정치를 막 시작하는 초선의원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

관건은 4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다. 자신과 친노 직계가 미는 박지원 최고위원이 ‘비박 연대’에 밀려 낙선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바로 대선 지지도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수 있다. 박 최고위원을 반대하는 여러 세력이 위기감을 느껴 더 똘똘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에 대한 실망감이 가시화될 경우 장외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수 있다. 정치·지역적 기반이 문 고문과 같아 위축돼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질 수도 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