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마음의 거울을 맑게 하려면
입력 2012-04-30 18:01
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조그만 네모진 연못 한 거울이 열리니
하늘빛 구름 그림자 함께 어른거리네
연못이여, 어쩌면 이처럼 맑을 수 있나
원천에서 살아있는 물이 나오기 때문이지
주희(朱熹, 1130∼1200). ‘관서유감(觀書有感)’. 주문공문집(朱文公文集)
유명한 주자(朱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이라는 시이다. 자기를 돌아보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당나라 시인들이 사람의 감정이란 감정을 다 노래했다면 송나라 시인들은 이처럼 이치를 담고 있는 시를 즐겨 노래했다. ‘조그만 네모진 연못’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말한다.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 원래 거울 같은 연못처럼 고요하고 맑아, 저기 하늘빛도 거기 떠가는 구름도, 외물을 그대로 비추어 낸다.
그런데 명리나 욕망으로 마음의 거울이 흐려진다. 그대로 두면 잡초로 가득 차는 경우도 있다. 시인은 말한다. 그렇게 맑은 상태를 회복하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원천의 살아있는 물’은 바로 부단 없는 성찰과 반성을 의미한다. ‘대학(大學)’에서 말한 ‘밝은 덕을 밝히는 것(明明德)’과 ‘날로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지는 것(日新又日新)’이나, ‘논어(論語)’에서 ‘자기의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과 같은 것이 이것이다.
이 시는 우리나라 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퇴계가 ‘만권생애(萬卷生涯)로 낙사(樂事) 무궁(無窮)하여라’고 노래했던 도산십이곡에 나오는 천운대(天雲臺)도, 이 시의 ‘천광운영(天光雲影)’이란 말에서 왔고, ‘나는 청산이 멀건 죽 그릇 속에 거꾸로 비친 것을 좋아한다(我愛靑山倒水來)’고 노래한 김삿갓의 시에도, 이 시의 2번째 구절이 통째로 인용되고 있다.
정조(正祖)는 주자의 시선집인 아송(雅頌)의 서문에서, ‘크게는 도체(道體)의 전체를 다 말했고 작게는 이치의 은미함을 분석한 것’이라고 이 시를 평가했다. 그러고 보면 그 도(道)와 이(理)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흐려진 마음을 회복하고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길은 내 안에 있기도 하다.
김종태(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