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상온] ‘潛龍’들의 안보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2-04-30 18:03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중원의 사슴을 쫓는’ 예비후보들도 난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문수 경기도 지사에 이어 정몽준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는 6일에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10일쯤에는 이재오 의원도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이달 중순 이전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별말이 없지만 그의 출마 선언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야권은 어떤가. 아직 공식 선언은 나오지 않았으나 민주통합당에서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네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사표 낭독’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다크호스라기보다 ‘우승마’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학기 강의 개설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의 출마 선언 역시 머지않았다고 봐도 좋다.
불붙은 大選 경쟁 주안점은?
‘아니 벌써?’라고 생각할 일만도 아니다. 선거일까지는 8개월 남짓 남았다 해도 각 당의 후보 경선이라는 예선까지 감안하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유권자들에게도 고민의 계절이 시작됐다. 과연 대권의 조건은 무엇인가?
예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이른바 잠룡(潛龍)들의 이력·경력과 이념 소신 등 지향성, 정책, 공약 등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검증되겠지만 예선 시작을 앞둔 지금부터 유권자들이 특히 유념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대선 주자들의 국가 방위 구상을 비롯한 안보관이다.
물론 민생과 복지가 시대적 화두이자 최고의 국민적 관심사로 여겨지고 있고, 실제로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기에 안보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 너무 당연해서 잊기 일쑤이긴 해도 안보가 없으면 민생과 복지도 없다.
지난 4·11 총선에서 안보 이슈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하긴 말이 총선이지, 국익보다 지역 이해관계에 매몰된 ‘지역구 일꾼’들을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니…. 또 과거 ‘북풍’으로 인해 안보 이슈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 탓이었을 수 있다. 특히 ‘북풍’의 경우 안보를 선거에 이용한 사례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어 대선에서도 안보 이슈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대선에서까지 안보 이슈가 등한시돼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도 안보를 왜곡한 ‘북풍’의 영향권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왜 그런가.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고, 극렬한 대남 협박은 ‘극한까지 간’ 수준이다.
위험성 큰 김정은의 북한
이와 관련해 마이클 그린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김정은의 북한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국내 신문 기고문에서 ‘김정일은 대립을 얼마나 끌고 가고 언제 후퇴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물론 다음 도발시기까지 기다릴 줄도 알았으나 김정은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전쟁의 실체를 모르는 데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고 정서적으로 미숙해 위기상황에서 오판하고 과잉 대응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
이런 김정은의 북한을 다음 대통령은 상대해야 한다. 난립한 대선 주자들의 안보관이 어떠한지, 국방 의지와 대북정책은 확고하고 잘 정리돼 있는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무조건 북한을 옹호하면서 평화를 내세워 국방력 약화와 안보의식 해이를 꾀하는 종북세력이 국회에 교두보를 확보하고 캐스팅보트까지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데 비추어 더욱 중요하다. 모호한 대북관·안보관의 소유자는 처음부터 걸러내야 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