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불법 어선 발호, 정치권 뭐했나

입력 2012-04-30 18:01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선원들의 흉기에 또다시 단속 공무원 3명이 부상했다. 30일 새벽 전남 신안군 홍도 부근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감독 공무원 4명이 중국의 불법어획물 운반선을 검문하려다 변을 당했다. 중국 선원들이 칼 갈고리 낫 등을 휘둘러 3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1명은 바다에 빠졌으나 다행히 구조됐다.

중국 어선들의 극악한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2일 인천해경 소속 이평호 경사가 단속 임무 수행 중 중국 선원들의 흉기에 찔려 숨졌고 2008년 9월에도 목포해경의 박경조 경위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중국 어민들의 어장 침범과 흉기 저항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저항하는 범법 행위가 계속되는데 중국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이를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이 경사를 살해한 중국인 선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되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고인 권익보호를 공언하고 나서 자국민 보호에만 혈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측에도 있다. 정부는 이 경사 피살 직후인 지난해 12월 총리실이 중심이 돼 단속 함정이나 장비, 인력 등을 대폭 강화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서해어업관리단을 취재한 현지 보도에 의하면 인력증원 계획이 실행되지 않았으며 방검복 등 장비보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 어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배타적경제수역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 이 법안은 폐기돼 다시 발의 절차부터 시작해야 할 판이다. 정치권의 임무 방기가 자칫 중국 측에 국민의 생명 보호가 정치적 이해보다 뒷전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나 정치권은 이제라도 제 소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