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 자초한 문재인의 섣부른 언행

입력 2012-04-30 17:59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분담’ 파문의 불똥이 문재인 상임고문으로 튀었다. 문 고문이 이·박 두 사람 간 밀실합의에 간여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두 사람의 합의에 대해 담합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두둔한 것이 화근이 됐다. 때문에 조만간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문 고문이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그것도 당내 인사들로부터 공격 받는 처지가 됐다.

역할분담 합의 직전 문 고문이 두 사람과 연쇄 접촉한 것을 근거로 당 일각에서는 ‘이해찬·박지원 투톱 체제’가 문 고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친노(親盧) 세력의 핵심인 문 고문이 대선후보가 되려는 욕심에 호남 및 구민주계를 대표한다는 박 최고위원과 손을 맞잡은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문 고문은 파장이 커지자 “두 분의 합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러섰지만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역할분담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한 채 구태에 동조함으로써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지적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철학과 배치된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김한길 당선자는 최근에도 “원내대표는 비노(非盧) 또는 호남에서, 당 대표는 친노 또는 충청에서 한다는 식의 발상은 과거 회귀적이다. 평생 지역주의 극복에 나섰던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이런 상황을 봤다면 혀를 찰 일”이라고 일갈했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고문으로선 아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문 고문이 총선 과정에서 보인 안이한 태도도 다시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임종석 사무총장 사퇴 건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건 때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 고문은 분파와 파벌을 조장하는 일에 너무 쉽게 발을 담가 궁지에 몰려 있다. 그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