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5)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입력 2012-04-30 18:14


칼 안대는 ‘내시경 암수술’ 세계적 수준 전문가들 포진

분당서울대병원(원장 정진엽)은 일일 평균 외래 환자 2700명을 수용하는 수준으로 설계돼 2003년 5월 개원했다.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 디지털 진료 환경을 구축해 개원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병원은 현재 하루 평균 4600명의 환자가 방문하고, 일평균 900명이 입원하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성장했다.

당초 예상인원보다 배 가까이 초과한 환자들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예상 외로 내원 환자가 이렇게 급증한 데는 각종 암 환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분당서울대병원에선 새 암병원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날로 늘어나는 암 환자들을 수용하고, 어느새 복잡해진 진료실 환경도 대폭 개선하기 위해서다. 개원 10주년을 맞는 내년 3월 완공될 새 암병원 건축은 순 공사비만 105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공사다. 새 암병원은 지하 3층, 지상 11층, 연면적 5만6449㎡ 규모로 지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특히 새 암병원을 통해 각종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절개수술을 더욱 활발히 함으로써 환자들의 경제적·미용적 부담을 크게 덜어줄 계획이다. 현재 이 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술은 월평균 2500여건. 이 중 상당수가 개복 또는 개흉 수술 대신 내시경만을 이용한 최소절개수술로 시술된다. 최근 들어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내 최소절개수술의 중심지’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이 병원은 최근 10여 년간 암이 생긴 간 우엽을 복강경만으로 잘라내는 간암 우엽 절제술을 비롯해 소아 대상 간암 복강경 절제술 성공, 직장암 복강경 수술 안전성 입증, 식도암 흉강경 수술 성공 등 세계 또는 국내 최초 시술 행진을 이어오며 각종 암 수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53·소화기외과 교수) 암센터장은 30일 “대부분의 수술을 복강경과 흉강경 등 내시경으로 집도하는 우리 병원의 등장과 함께 국내 외과 수술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는 앞으로도 각종 암 치료에서 내시경과 로봇을 활용하는 최소절개수술을 적극 시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 암센터장은 간암과 췌장암 복강경 수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전문가다. 간의 오른쪽 뒤편에 생긴 암을 2003년 복강경 수술로 잘라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고, 그 이듬해에는 어린이 간암 환자도 이 같은 수술법을 그대로 적용해 살려냈다. 이 수술 역시 세계 최초의 쾌거로 세계 의학사에 기록됐다. 한 암센터장이 시술한 복강경 수술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9%를 기록 중이다. 국내 간암 전체 5년 생존율 23%보다 3배 이상 높은 치료 성적이다.

한 암센터장 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암 수술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폐암=먼저 분당서울대병원은 초기 폐암의 90%를 흉강경으로 수술하고 있다. 이들의 5년 생존율은 88%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국내 다른 대학병원의 초기 폐암 환자의 수술 후 5년 평균 생존율은 약 70%, 일본은 80%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의 식도암 흉강경 수술도 이 병원에서 이뤄졌다. 이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는 “흉강경 수술은 가슴을 여는 기존의 개흉술에 비해 입원 요양 기간이 2∼3일 이상 짧고, 회복도 빨라 수술 후 항암치료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위암=위암 수술을 복강경으로 하는 비율도 80%에 이른다. 물론 대부분 조기 위암 환자들이 대상이다. 이 수술은 외과 김형호 교수팀이 주로 집도한다.

김 교수팀의 위암 복강경 수술로 인한 부작용, 즉 수술 부위 감염·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률은 현재 약 11%다. 이는 기존 개복 수술 시 합병증 발생률(2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김 교수팀의 위암 복강경 수술법은 국내외에서 ‘세계 표준’으로 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복강경 수술 중 림프절 전이 여부를 검사한 뒤 전이 우려가 적은 경우 위의 반 이상을 잘라내지 않고 위암이 있는 부위만 제한적으로 제거하는 최소절개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직장암=대장항문외과 강성범 교수팀이 도맡고 있는 암이다. 강 교수팀은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등과 함께 직장암 수술 환자 340명을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출혈도 적고 수술 상처가 작으며 장운동 회복속도 역시 빠르다는 사실을 증명한 의료진이다.

강 교수는 “암이 결장 쪽으로 퍼지지 않고 직장 쪽에만 머물러 있으면 복강경 수술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복강경 수술이 직장암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술되는 대장암 수술 중 복강경 활용 비율은 약 60%다. 이들 대장암 수술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국내 다른 병원들의 약 70%보다 약간 높은 76% 수준이다.

◇부인암·전립선암=자궁암 난소암 등 부인암 분야에서도 배꼽 주위에 많아야 3∼4개 구멍만 뚫고 시술하는 복강경 수술을 도입해 ‘흉터 없는 수술 시대’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실시된 부인과 수술은 총 1625건이었다. 자체 조사결과 이 중 1329건이 복강경이나 자궁경을 이용한 수술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인과 수술의 80% 이상이 내시경 수술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산부인과 서창석 교수는 “나머지 20%의 수술도 대부분 질식자궁적출술 등 복부 쪽에 수술 흉터를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성에게 흉터는 나이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부인과 수술에서 상처를 최소화해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 이상은 교수가 지휘하는 전립선암팀도 복강경 수술 분야의 뚜렷한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들어 생식기 계통 암 환자들로부터 각광받는 암 전문가 그룹으로 꼽힌다. 이 교수팀은 특히 국내 최단기간 전립선암 수술 1000례를 달성한 데 이어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최소절개 및 초정밀 수술로 전립선암 수술 후 5년 평균 생존율 99.3%를 실현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호성 암센터장은

△서울(1959) △서울대 의대 졸업(1984) △경상대병원 외과 전임강사 및 조교수(1989∼1993) △이화여대 의대 외과 조교수·부교수·과장(1993∼2003)△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의대 외과 연수(1998)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2003∼현재)△대한복강경간절제연구회 회장(2008∼현재)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 학술위원장(2008∼현재) △대한복강경내시경외과학회 학술위원장(2010∼현재)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기획위원장(2010∼현재) △대한외상학회 부회장(2011∼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