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타이타닉, 1등석 독일도 같이 잠길 것”… ‘사면초가’ 스페인, 긴축 주도한 獨겨냥 직격탄

입력 2012-04-29 21:57

“이것(유럽)은 ‘타이타닉’과 같다. 이곳(스페인)이 가라앉으면 일등석에 있는 승객들(독일)도 같이 잠기게 된다.”

독설가로 유명한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갈로 스페인 외무장관이 27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 특히 독일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유럽을 타이타닉에 비유하면서 거대한 빙산(유로존 위기)에 타격을 받은 스페인을 구제하지 않으면 유럽 경제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에게는 1등석 손님인 독일도 안전하지 않다며 공동책임을 주문했다.

그의 발언은 사면초가에 놓인 스페인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8일 보도했다.

스페인 국가통계연구소는 지난 27일 자국의 1분기 실업률이 24.4%를 기록하며 1994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 실업자 신세라는 얘기다. 특히 25세 이하 청년층의 절반이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의 최악 실업률 소식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2단계 강등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스페인의 잇단 악재는 최근 고개를 드는 유로존 위기 긴축정책 해결책에 대한 회의론에 무게를 더욱 실어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루마니아 정부도 긴축 유탄을 맞아 긴축정책을 주도하는 독일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국 루마니아 정부는 이날 의회 불신임투표에서 패해 취임한 지 2개월 만에 사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중도 우파인 미하라 라즈반 운구레아누 총리와 내각에 대한 불신임 찬성표는 235표로, 불신임에 필요한 득표수보다 4표 더 많았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대통령은 빅토르 폰타 야당 대표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루마니아는 유로존이 아니지만 EU 가입국으로, EU의 재정적자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긴축예산안을 추진했다가 야당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200억 유로 지원조건에 따라 공무원 임금 25%를 삭감하고, 판매세를 24% 인상했다. EU 가입국인 체코의 내각 불신임안은 부결됐다. 앞서 23일 네덜란드 내각도 긴축정책 갈등으로 총사퇴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