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흑인폭동 20년] 장태한 캘리포니아대 교수 “어정쩡한 한인사회 정체성 확립 계기”
입력 2012-04-29 19:42
“1992년 4·29일의 LA폭동은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사건입니다. 그 전의 한인들이 ‘미국에 사는 한국인(Korean in America)’이었다면 그 이후부터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 거죠.”
장태한(사진)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LA폭동이 미국이민사의 분수령이라며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이후 한인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라는 다인종·다민족사회에서 지배층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인과 최빈곤층인 흑인 간의 갈등이 기본 대립구도였는데, 애매한 중간계층인 한인들이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폭동 사태 이전에 많은 미국사회의 주류들은 코리아타운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한인들이 어떤 생각과 문화를 가졌는지 몰랐다”며 여기에는 한인들의 폐쇄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미국 주류 언론인 뉴욕타임스나 LA타임스에서조차 큰 피해를 입은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아무리 자신들이 소리쳐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아메리칸 드림’ 신화에 매달리며 한인타운 내에서 안주해 온 한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한인과 흑인 간 갈등 요소가 크게 줄었지만 언제라도 LA폭동 같은 인종갈등이 미국에서 재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인과 히스패닉 간 관계가 지금은 원만하지만 많은 히스패닉들이 종업원으로 한인 가게에 고용돼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LA)=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