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회장 막강하다는데… 우리금융 매각 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12-04-29 22:08


정부가 우리금융그룹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각추진은 재작년부터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금융정책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올해는 유달리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금융여건과 정권 말 특혜시비 가능성 제기 등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릐흥행몰이에 나선 정부=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 27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금융지주 매각 재추진 방안’을 보고 받고 이를 심의, 의결했다. 7월 27일까지 예비입찰을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예비입찰 후 실사를 거쳐 10월 중순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건전성, 시장의 상황이 모두 괜찮아서 (지난해와 다르게)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나올 수 없는 큰 딜로 마켓 종사자라면 이런 딜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자위는 매각 원칙과 진행과정 등 다른 세부사항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전제한 뒤 원활한 매각을 위해 필요하다면 예보 주식의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의향서 제출 절차를 생략했으며,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한 입찰기회를 주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민영화 방식은 예보가 보유 중인 지분(56.97%)을 일괄매각하는 것이다. 최소 입찰 규모를 30%로 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할 경우 약 3조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총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며 현재 5조6000억원만이 회수됐다.

하지만 현재 금융여건상 이 정도 규모의 회사를 인수할 대상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론스타 ‘먹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상황에서 해외 사모펀드 등 외국 투자자에게 넘길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릐‘4대 천황’ 핵심의 강한 의지=이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린다. 이명박(MB) 측근 중의 측근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최근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특히 이 회장은 ‘금융계 4대 천황 중 핵심’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가 이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청탁하자 “요즘 이 회장이 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진 법무장관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는 직접 민원전화를 했던 최 전 위원장도 부담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이 회장의 파워가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그런 이 회장이 올해 ‘민영화 성사’를 최대 과제로 삼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민영화만 된다면 방식은 상관없다”며 다시 한번 강한 의지를 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력이 있는 KB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실현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어 회장은 이 회장과 함께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대표적인 ‘MB맨’으로 모종의 물밑 협의 가능성까지 제기되지만 이 경우 특혜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