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로에 선 미·중관계] 천광청·F16 돌출 악재… G2 사이 또 험악해지나
입력 2012-04-30 00:35
천광청 신병 처리 놓고 미·중 외교전 급부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 또 다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2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쓰촨성 청두 미국총영사관에 망명 신청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가택 연금 중 탈출한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왕리쥔에 대해서는 순순히 중국 측에 넘겨줬지만 천광청의 경우 인권 탄압을 피해 미국 해외 공관을 찾았다는 점에서 어떤 처리 방식을 선택할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측은 29일(현지시간) 이 사건과 관련 처음 언급했지만 원론적인 언급만 했을 뿐이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권에 대한 약속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도 지속해야 한다. 중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이므로 적절한 방식으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지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그는 천광청의 신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렸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천광청 사건’은 3일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미·중 양국 사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현안은 또 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신형 F-16전투기 판매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미국 측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예정대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활동가 후자(胡佳, 2008년 사하로프상 수상)는 천광청이 지난주 자신과 만난 뒤 주중 미대사관으로 피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일요판인 선데이모닝포스트(SMP)에 밝혔다. 후자는 이로 인해 지난 28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있다고 SCMP가 전했다.
천광청 지지자들은 이와 관련해 “천 변호사가 중국을 떠날 생각이 없으며 중국 정부와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 Aid)도 “천광청은 현재 미국의 보호 아래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관리들이 천광청 신병 처리 문제를 놓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SCMP에 밝혔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전 편집국 간부 리다퉁은 이에 대해 “중국은 지도부 교체를 앞둔 시점에 보시라이 사건으로 상당한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천광청 사건으로 중·미 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SCMP에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