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수사] 檢, 증거인멸 우려없다 분위기 풍겨… 영장 발부될까

입력 2012-04-29 21:48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30일 열린다. 검찰은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영장을 청구했으나 최 전 위원장과 구속 필요성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전 위원장 관련 압수수색을 건너 뛸 정도로 알선수재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법원이 다른 핵심 구속요건인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고 인정할지 주목된다.

릐금품수수 증거 충분한가=최근 법원은 진술만 있고 직접 증거가 없는 금품수수 사건은 당사자가 부인하면 무죄를 선고하는 추세다. 따라서 검찰이 최 전 위원장 금품수수에 대한 직접 증거를 확보했는지가 구속영장 발부의 관건이다. 이 전 대표는 최 전 위원장에게 주라며 브로커 이동율씨에게 건넨 돈이 30~40억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로커 이씨의 계좌로 보낸 돈은 11억5000만원이고 나머지는 현금이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수억원이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2005년 1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브로커 이씨를 통해 줬다고 했다. 따라서 브로커 이씨가 잡아떼면 수사는 애매해진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에서 2006~2007년 초까지 2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시효가 지난 돈만 시인하고 나머지는 부인한 것이다. 이는 결정적인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의 운전기사가 최 전 위원장에게 보낸 돈다발 사진과 협박편지를 핵심증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진에는 주고받는 사람 없이 돈다발만 찍혀 있어 어느 정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릐압수수색도 안 한 최시중 수사=금품수수 사건에서 돈을 받은 피의자의 집이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건 수사의 기본이다. 당사자가 부인할 경우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위원장에 대해선 한 곳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거의 전례가 없다.

최 전 위원장은 일부 금품수수를 시인하면서 “대선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고 했다가 다시 개인적으로 썼다고 말을 바꿨다. 피의자가 말을 바꾸면 돈의 흔적을 쫓기 위한 압수수색은 필수인데 최 전 위원장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이를 두고 검찰이 혹시 압수수색을 했다가 대선자금의 흔적이라도 나오면 손을 데일까봐 애써 외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릐법원, 영장 발부 여부 관심=최 전 위원장은 75세로 고령인데다 다음달 14일 심장혈관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 예약을 마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그는 심장대동맥류에 지병이 있어 여러 차례 입원했고, 최근 검찰 수사로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통상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및 도우주려, 추가수사 필요성 등을 따진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확보를 위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역으로 따지면 굳이 구속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게다가 대선자금 수사도 의지가 없는 분위기여서 사안의 중대성도 떨어진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점은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